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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사건

[코스타리카 집단 실신 사건 #4] 그날 교실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by dcentlab Master 2025. 12. 14.

2007년 3월의 어느 평범한 아침,
코스타리카 남부의 한 고등학교는 하루아침에 혼란의 중심이 되었다.
몇몇 여학생들이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 학생들까지도 하나둘씩 같은 증상을 보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모든 일은 한 교실에서 시작되었다.

이전 편들에서 우리는 이 사건이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으며,
‘집단 히스테리’ 혹은 ‘심리적 전염’이 가장 유력한 설명이라는 사실을 다뤘다.
이번 편에서는 그날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교실의 구조와 분위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
그리고 사건이 확산된 과정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복원해본다.


사건의 시작: 하나의 교실, 한 명의 학생

실신 사건은 오전 수업 중, 2학년 여학생 반 교실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수업을 듣고 있었고, 교사는 칠판에 수식을 쓰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여학생이 조용히 손을 들고 말했다.

“선생님, 숨이 잘 안 쉬어져요…”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갑자기 책상에 엎드리며 쓰러졌다.
그 순간 교실 안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고, 주변 학생들이 놀라 일어섰다.
일부는 “왜 저래?”, “어디 아픈 거야?”라고 물었고,
곧이어 그녀의 옆자리 학생이 안색이 창백해지며 몸을 떠는 증상을 보였다.


증상의 확산: 불안은 ‘공기’처럼 퍼졌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교실 안 곳곳에서 유사한 증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숨을 가쁘게 쉬는 학생, 몸을 떠는 학생,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
교사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유도하려 했고,
관리실로 달려가 교장과 보건 담당자를 불렀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걷잡을 수 없었다.
한 교실에서 시작된 실신은 인접한 교실로까지 퍼졌고,
복도에서는 “누가 또 쓰러졌대!”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학생들 사이의 긴장감은 빠르게 고조되었고, 자극은 계속해서 복제되었다.

이쯤 되면 단순한 실신이 아니라,
“누가 쓰러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또 다른 누군가가 쓰러질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교실의 구조와 환경적 요인

사건 발생 교실은 학교 2층 복도 끝에 위치한 일반 교실이었다.
창문은 있었지만, 그날은 비교적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닫혀 있었고,
에어컨이나 환기 장치는 없었다.

교실 내부는 약 30여 명의 여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책상 간 간격이 좁아 움직임에 제한이 있을 정도였다.
학생들이 증상을 보였을 때, 자유롭게 대피하거나
바람을 쐬기 어려운 물리적 환경은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켰다.

또한, 일부 학생들은 “수업 시작 전부터 교실 공기가 답답하고 텁텁했다”,
“이상한 약품 냄새 같은 것이 느껴졌다”고 증언했지만,
공기 질 측정 결과나 환경 분석에서는 유해 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이러한 증언은 오히려 심리적 전조 반응이 이미 교실 내에 퍼져 있었음을 시사한다.


학생들의 생생한 증언

사건 이후 언론 인터뷰와 조사 보고서에는
실신을 경험한 학생들과 그 현장을 지켜본 학생들의 증언이 일부 남아 있다.

“갑자기 친구가 쓰러지니까 너무 놀라서 숨이 가빠졌어요.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냥 무서웠어요.”
– 당시 피해 여학생 A

“정말 희한했어요. 숨을 쉬기 어렵다고 말한 아이가 쓰러진 뒤,
그 주변에 있던 애들도 하나둘씩 이상해졌어요.
근데 웃긴 건, 저도 아무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났어요.”
– 같은 반 학생 B

 

이러한 증언은 집단 히스테리 현상에서 자주 보고되는 특징들과 일치한다.
심리적 동조, 불안의 확산, 무의식적 반응의 체험.
한 명의 공포가 그대로 복제되어 주변 사람들의 신체 반응으로 전이되는 과정이
극도로 압축된 시간 안에 발생했던 것이다.


교사와 직원들의 반응

사건 당시 수업을 진행하던 교사와 교직원들은 대부분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중요한 단서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들,
즉, 교사들은 성인으로서 감정 통제력이 높았고,
사건의 진행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반면,
학생들은 그렇지 못했다.

교사들의 관찰에 따르면, 학생들이 쓰러진 시점에서
공포에 질린 표정과 주변의 웅성거림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일종의 심리적 패닉 상태가 전체 교실로 번지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복도, 다른 교실, 그리고 점심시간

흥미로운 점은, 증상이 교실에서만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고 안정된 후에는
대부분 빠르게 회복되었으며,
복도나 야외 공간에서는 실신 사례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또한, 점심시간이 되자 실신 사례는 자연스럽게 감소했고,
사건은 몇 시간 만에 조용히 종료되었다.

이는 사건이 환경적 독소나 감염이 아닌, 심리적 자극에 의해 발생했으며,
폐쇄적 공간에서만 활성화되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결론: 한 명의 실신이 전부를 무너뜨린 날

코스타리카 실신 사건의 핵심은,
첫 번째 쓰러짐이 우연이었을지 몰라도, 그 이후의 모든 반응은 '심리적 현실'이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누군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고,
그 공포를 온몸으로 느끼고,
그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채로
스스로도 같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날의 교실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불안이 증폭되고 확산되는 무대였다.

이제 우리는 이 사건을 단순한 ‘이상 현상’이 아닌,
사회적・심리적 집단 반응의 구조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음 편 예고
 [코스타리카 집단 실신 사건 #5] 정부와 언론은 무엇을 감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