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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사건

[코스타리카 집단 실신 사건 #2] 바이러스도, 중독도 아니었다: 의학은 왜 침묵했는가?

by dcentlab Master 2025. 12. 12.

2007년 코스타리카 남부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실신 사건은, 사건 자체보다도 그 이후의 의료적 결론 부재로 더욱 큰 의문을 남겼다.
수십 명의 학생이 동시에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의사들은 끝내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 편에서는 당시 병원과 보건당국이 어떤 의학적 검사를 진행했는지,
그리고 왜 그 모든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귀결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가장 먼저 의심된 것: 감염병

집단적으로 쓰러진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바이러스성 감염이다.
인플루엔자, 수막염, 장염성 바이러스 등은 빠른 확산과 유사 증상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는 어땠을까?

  • 체온 측정: 대부분 정상 범위
  • 혈액 검사: 백혈구 수치, 염증 수치 이상 없음
  • 발열·근육통·전염성 증상 관찰되지 않음

특히 중요한 점은, 사건 이후 2차 감염 사례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감염병 가설을 거의 완전히 배제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소였다.


중독 가능성: 급식·가스·화학물질

감염병 가능성이 낮아지자, 보건당국은 즉시 중독 가능성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1. 학교 급식 중독 가설

  • 사건은 점심 식사 이전에 발생
  • 학생들이 공통으로 섭취한 음식 없음
  • 식중독 증상(복통, 설사, 탈수) 부재

→ 급식 중독 가설은 초기에 폐기되었다.

2. 가스 누출 또는 화학물질 노출

  • 교실 환기 상태, 청소 약품, 보일러 시스템 점검
  • 공기 샘플 검사 결과 유해 물질 미검출
  • 교직원과 남학생에게 증상 없음

특히 같은 공간에 있던 교사들이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독성 물질 노출 가능성을 크게 약화시켰다.


신경학적 문제? 발작 질환?

일부 학생들은 실신 전 경련, 떨림, 과호흡을 보였기 때문에
간질이나 신경계 이상 가능성도 검토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 뇌파 검사(EEG): 정상
  • 신경학적 검사: 이상 소견 없음
  • 기존 간질 병력: 대부분 없음

의사들은 이 증상들이 발작처럼 보였지만, 실제 신경계 질환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의학적으로 ‘정상’이라는 공포

가장 기이한 점은,
실신을 겪은 학생들 대부분이 24~48시간 내 완전히 회복했다는 사실이다.

  • 장기 후유증 없음
  • 장기 입원 필요 없음
  • 반복 실신 사례 거의 없음

의무기록에는 반복적으로 다음과 같은 표현이 남았다.

“신체적 이상 없음”
“원인 불명, 상태 호전”
“추가 검사 불필요”

 

이로 인해 사건은 의료 체계 내에서 ‘설명할 수 없는 정상 상태’로 분류되었고,
더 이상의 심층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의학이 멈춘 자리, 다른 설명이 등장하다

보건당국은 공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본 사건은 생물학적·화학적 원인보다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촉발된 일시적 집단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

 

즉, 의학은 신체적 원인을 부정했을 뿐,
사건 자체를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했다.

이 지점에서부터 사건은 의학의 영역을 넘어,
심리학과 사회학의 문제로 이동하게 된다.


왜 의학은 설명하지 못했을까?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이유를 지적한다.

  1. 단일 원인이 아닌 복합적 요인
  2. 검사 시점에 이미 증상이 사라졌을 가능성
  3. 심리적 반응은 혈액 검사에 남지 않음
  4. 당시 지역 의료 시스템의 한계

결국, 의학은 “무엇이 아닌지”는 밝혔지만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못했다.


결론: 침묵한 의학, 시작된 다른 질문

코스타리카 집단 실신 사건은
의학적으로 정상 판정을 받은 비정상적 상황이라는 역설을 남겼다.

바이러스도 아니었고, 중독도 아니었으며,
신경 질환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무엇일까?

다음 편에서는 이 사건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이론인
‘집단 히스테리’와 ‘심리적 전염’ 개념을 중심으로
코스타리카 사건을 본격적으로 분석해본다.


다음 편 예고
[코스타리카 집단 실신 사건 #3] 심리적 전염인가? 집단 히스테리의 작동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