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미스터리를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12세기 영국 우플리(Woolpit) 마을에서 두 명의 아이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알 수 없는 언어를 사용했고, 낯선 옷을 입고 있었으며—무엇보다 피부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는 점이 마을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녹색 아이들(Green Children)”**이라는 명칭은 바로 이 특징에서 유래했으며, 이후 수백 년 동안 수많은 가설과 해석을 낳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다음의 질문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아이들의 녹색 피부는 과연 어떻게 가능했는가?”
현대 의학과 과학이 제시한 대표적인 5가지 가설을 소개합니다.
1. 엽록소 섭취(Chlorosis Syndrome) 또는 엽록소 과다 노출설
가장 흔히 언급되는 가설 중 하나는 **“엽록소 섭취나 과다 노출로 인해 피부가 변색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아이들은 발견 직후 며칠 동안 생녹색 콩(fava bean)만 먹고 지냈다고 전해지며, 이 식습관이 피부색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엽록소는 피부로 직접 흡수되지 않으며, 아무리 많이 섭취하더라도 피부가 초록빛으로 변색되는 사례는 보고된 바 없습니다.
즉, 시각적으로는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의학적 근거는 부족합니다.
2. 철 결핍성 빈혈(녹색증, Green Sickness)
중세 및 근대 초기 여성들에게 흔했던 질환 중 하나는 **“녹색증(Green Sickness)”**이라고 불리던 철 결핍성 빈혈입니다.
이 질환은 피부가 창백하거나 옅은 녹색빛으로 보이게 하며, 식욕부진, 무기력, 비정상적인 식습관 등이 동반됩니다.
녹색 아이들도 음식을 제대로 먹지 않았으며, 콩만 섭취했고, 아이 중 한 명은 결국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어 심각한 빈혈 증상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철 결핍성 빈혈만으로 피부가 완전히 녹색으로 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이 되지는 않습니다.
3. 구리 중독 또는 중금속 노출설
일부 연구자들은 두 아이가 중금속에 오염된 지역에서 살다가 나타났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특히 **구리(copper)**나 비소(arsenic) 같은 중금속은 체내에 축적될 경우 피부와 점막을 변색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 구리 중독 → 청록색 또는 회녹색 피부
- 비소 노출 → 피부 발진 및 색소 이상
이 가설은 **“아이들이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었으며, 특수 환경에서 자랐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그러나 당시 지역이 실제로 중금속에 오염되어 있었는지 불확실하며, 언어·행동의 이상성까지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4. 희귀 유전 질환 – 윌슨병(Wilson’s Disease)
또 다른 의학적 가설은 **윌슨병(Wilson’s Disease)**으로 알려진 유전성 대사질환입니다.
이는 체내 구리를 적절히 배출하지 못해 간·뇌·눈·피부 등에 구리가 축적되는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피부가 녹색 또는 회색빛을 띨 수 있으며, 신경학적 이상, 인지 장애, 언어 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만약 소년이 일찍 사망하고 소녀가 시간이 지나 회복된 것은 질병 진행 정도의 차이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현대 의학 지식에 기반한 이 가설은 실제로 피부색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신빙성이 높은 이론으로 평가됩니다.
5. 색소 침착 장애 또는 피부 착색 질환
또 다른 가능성은 **피부 색소 장애(pigmentation disorder)**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선천성 담즙 색소 이상
- 색소 결핍으로 인한 착시
- 식물성 색소 또는 곰팡이 감염으로 인한 피부 착색
그러나 이러한 질환이 두 아이에게 동시에 똑같이 나타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또한 기록에 따르면 아이들의 피부색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했다고 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색소 장애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가설은 보조적 설명으로는 가능하지만 주된 원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6. 과학이 모든 미스터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위의 다섯 가지 가설은 공통된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 녹색 아이들은 실존했다.
- 그들의 피부는 실제로 녹색이었다.
- 원인은 병리적 혹은 환경적 요인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독특한 특징들—
낯선 언어,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증언, 터널을 통한 이동—
이 모든 것을 과학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즉, 과학은 일부 현상을 설명할 수 있어도 전체 사건을 해결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결론: 녹색 피부는 단서일까, 증거일까?
녹색 피부는 이 사건의 핵심 상징이자, 아이들이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영양 결핍, 중금속 노출, 유전 질환 등으로도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미스터리의 또 다른 핵심 요소—
“아이들이 사용한 이상한 언어”
에 대해 분석하며, 그들이 과연 어떤 문화권에서 왔는지 추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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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아이들 미스터리 #2] 생존한 소녀는 누구였으며, 그녀가 말한 세계는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