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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사건

[벤딘 마을의 집단 실신 사건 #3] 독극물? 바이러스? 의학적 가능성을 좇다

by dcentlab Master 2025. 12. 9.

1983년 폴란드 벤딘 마을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실신 사건은 단지 심리학적 이론만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전편에서는 ‘집단 히스테리’ 개념을 통해 심리적 전염 가능성을 다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 사건에 실제 물리적 원인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번 글에서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제기되었던 독극물, 바이러스, 환경 요인 등 의학적 가설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왜 이러한 가설들이 끝내 결정적인 결론에 이르지 못했는지 분석해본다.

유력 가설 1: 독성 물질 노출

가장 먼저 제기된 가설은 ‘학교 내부에 퍼진 독성 물질’이었다. 증상이 갑작스럽고 집단적으로 발생했으며, 학생들만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공기 중 독극물 노출이 의심되었다.

휘발성 화학물질?

일각에서는 인근 산업시설에서 배출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교실 내부에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어지럼증, 구토, 실신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창문이 닫힌 교실 내에서는 농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 직후 실시된 공기 샘플 분석에서는 유의미한 수치의 화학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사고 발생 시간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된 점도 지속적인 가스 노출 가설과는 모순되는 부분이었다.

내부 시설 문제?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학교 내 난방 설비나 청소용 화학약품이 비정상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보일러 가스 누출, 락스와 암모니아 혼합 가스 등의 사고는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일에 설비 이상은 보고되지 않았고, 동일한 교실에 있던 교직원들이 무사했다는 점에서 이 가설 역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유력 가설 2: 감염병 또는 바이러스

또 다른 가능성은 감염병의 집단 발병이다. 인플루엔자, 수막염, 혹은 다른 바이러스성 질환이 빠르게 전염되며 학생들에게 유사 증상을 일으켰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잠복기 없는 급성 감염?

그러나 사건의 특성상 잠복기가 없이 즉시 증상이 발현되었다는 점은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감염병은 일반적으로 감염 → 잠복기 → 증상 발현의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수십 명이 동일 시간대에 동시에 쓰러진 것은 비정상적이다.

또한, 병원 검사 결과에서도 고열, 백혈구 수 증가, 염증 수치 변화 등 전형적인 감염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후 학생 간의 2차 감염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유력 가설 3: 탄산가스 중독?

일부 전문가들은 탄산가스(CO₂) 농도 상승에 주목했다. 밀폐된 교실 내에서 학생 수가 많고 환기가 부족한 경우, CO₂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면 두통, 집중력 저하, 어지럼증, 심하면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능성은 있지만, 확실한 증거는 부족

이 가설은 비교적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지만,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3교시 말 즈음이었다는 점에서 의문이 남는다. 하루 종일 수업이 진행되었고 이전 교시에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탄산가스 농도는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어 ‘동시다발적 실신’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진단 결과: 의학적으로 "정상"?

사건 직후 이송된 학생들 대부분은 24~48시간 내에 회복되었고, 병원 측의 기본 검사에서는 심각한 생리적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뇌파 검사, 혈액 검사, 신경학적 소견 모두 정상 범위로 나타났으며, 이는 의사들에게조차 큰 혼란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보건당국은 사건 발생 약 2주 후, 공식적으로 “생물학적, 화학적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발표를 하게 된다.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동시에 의구심을 남겼다.

물리적 원인이 사라진 이유?

왜 확실한 원인을 찾지 못했을까?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1. 조사 인력과 장비 부족
    1980년대 폴란드는 체계적인 보건 시스템이 부족했고, 지역 병원에는 첨단 장비나 독성 분석 장비가 거의 없었다.
  2. 사건 축소 또는 은폐 시도
    정부는 사건 초기 언론 보도를 통제했고, 이후 관련 보고서가 외부에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일부에서는 “의도적 은폐”라는 음모론으로도 발전하게 된다.
  3. 복합적 요인 가능성
    하나의 원인이 아니라, 약한 물리적 자극(예: 일시적 가스 노출) + 심리적 불안이 결합되어 증폭된 결과일 수도 있다.

결론: 설명되지 않은 '정상'의 공포

벤딘 사건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듯 보이면서도, 끝내 확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없었던 사건이다. 독성 물질도, 바이러스도, 가스도 확실한 원인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남겨진 것은 회복된 학생들과 공허한 의무기록뿐이었다.

이 사건은 "의학적으로 정상이지만, 분명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역설을 남기며, 다음 편에서 다룰 현장 구조와 증언 분석으로 이어진다. 진실은 현장에 있을까?


다음 편 예고
 [벤딘 마을의 집단 실신 사건 #4] 그날의 교실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